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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구걸 하는 방법. 받으면 나도 준다

구걸 하는 방법( 받으면 나도 준다)

 

녹번 역에서 연신내 가는 전철을 탔다.

노부부 내외분이 전철 안에서 손을 꼭 마주 잡고 구걸을 하며 걸어 가고 있다.

할아버지의 몰골을 초췌하며 몹시 피곤 해 보였는데 오른 손에 둥근 프라스틱 동냥 그릇을 들고 왼손은 부인의 손을 놓칠세라 꽉 잡고 부인을 끌고 가는 것처럼 걸었다.

노부인은 안색이 파리하니 걷는 것 마저 힘들어 보였고 고개를 남편 등 뒤로 외로 꼬고 부끄러워 숨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기에 민망하고 안스럽다.

노부인은 할아버지 보다 반걸음 뒤쳐져 말 없이 손을 잡힌 채 전철 안에서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필경 부인은 구걸 하러 나온 것이 오늘이 처음 일 거라 생각해 본다.

아니면 남편이 부인에게 걷는 연습을 시키는 걸까

 

내 옆자리에 앉은 40대의 남성이 친구와 하는 얘기를 무심히 엿듣게 됐다.

 

모 회사에서 직원을 공채 하는데 서바이벌 형식으로 두 시간 동안 구걸을 해오라고 시켰단다.

가장 돈을 많이 동냥 해온 사람은 노래 하며 춤을 춘 여자라고 한다.

 

아 나도 기억 나는 장면이 떠 올랐다.

1982 5월경에 파리에 몽마르트 언덕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30대의 무희 같은 옷 차림의 여인이 생각났다.

그녀는 앞에 손수건을 펴 놓고 춤추며 노래하면서 구걸을 했다.

지나가는 관광객이 그녀 손수건에 돈을 던진다.

여인은 답예로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은 명함 크기만한 그림을 준다.

돌아서는 내게도 뒤쫓아와 성물을 주고 갔다. 나는 지금도 아기 예수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

 

전철을 타면 노인과 봉사님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앞 못 보는 봉사님들은 거의가 찬송가를 크게 틀고 구걸 하는 것을 알린다.

또 껌팔이 노인도 있다 나는 껌을 씹지 않으니까 그냥 동전만 주고 껌은 받지 않는다.

가끔은 어느 고아원 원생인데 연필로 쓴 글씨를 수 십 장씩 복사 해가지고 재 빨리 손님들에게 주욱 나누어 주고 복사 글을 회수하면서 돈을 받는다.

 

해방 전에는 각설이가 왔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에헤야 어헤야..

하며 구성지게 타령을 하면 내 아버지는 밥상을 차리라고 부엌에 이르신다.

우리 집에는 각설이나 구걸 오는 거지용 소반이 따로 있었다.

얻어먹는 사람도 손님인데 따스한 밥에 건거니를 주라 이으셨다.

지금도 나는 검은 소반을 보면 각설이가 생각 난다.

 

명동 입구 버스 정거장에서 구걸하던 여인은 미친 척 하며 구걸을 했다.

젊고 반반한 여인이 구걸을 할려니 스스로 미친 여인으로 분장을 했나보다.

머리는 귀신처럼 산발을 하고 얼굴에 흰 분을 듬북 바르고 입술도 귀 밑까지 빨갛게 아무렇게나 칠하고 눈썹도 찐하게 칠하여 보기만해도 미친 사람 같았다.
 한 손에는 가시 달린 엄나무 가지를 들고 돈을 안주면 때릴 듯이 달려온다.

사람들은 그녀가 무서워 동전을 던지고 빠른 걸음으로 돌아간다

 

추운 날 육교 위에 아픈 상처를 내 놓고 달달 떨며 동정을 구하던 어린이도 생각난다

 

마석에 버스 정거장에서 몇년 동안 계속 구걸 하던 여인은 잊을 수가 없다.

작은 키에 여인은 아기를 업고 서너 살 돼 보이는 아이는 걸리고 구걸을 했다.

앞 배가 불룩하니 또 임신을 한 듯 했다


배 고파유- 한푼 줍쇼.

정말 불쌍해 보였다.

버스 안에 손님은 그녀에게 앞다투어 돈을 주었다.

그 후에 안 일이지만 첩살이 하면서 구걸 하여 남편을 먹여 살린다고 들었다.

 

지금 형편이 여의치 못해 구걸을 하지만 돈을 주면 나는 볼 거리를 준다.
give- and -take

각설이는 흥겹운 타령을 들려주고 몽마르트의 여인은 춤과 노래 성물을 주며 구걸을 한다.

불쌍한 차림의 어린 구걸자는 동정심을 유발한다.

그들이 돈을 많이 벌어 얼굴이 펴졌으면 좋겠다.
한 때의 불우한 세태가 지나면 따스한 밝은 날이 반드시 온다

구걸도 하나의 직업으로 여겼던 아서 코란 도일의 비뚤어진 얼굴의 사나이가
갑자기 생각 났다


감기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