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이렇게…서울 ‘은행나무 집’] 북한산 자락 ‘작은 미술관’
[2002.03.27 11:52] |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서울 부암동 동사무소에서 골목길로 접어들어 5분쯤 올라가면 빨간색 2층집이 눈에 띈다.1994년 이후 100명이 넘는 외국인 손님들이 찾아와 묵고간 ‘은행나무 집’.화가 유필근씨(64·여)의 손때가 27년간 묻은 운치있는 주택으로 서울에서 꽤 이름이 난 외국인 민박집이다.
“공기가 맑고 조용해 외국인 손님들이 만족해 하는 것 같더라”는 게 유씨 전언.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탁트인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여름이면 녹색,겨울이면 흰색으로 물드는 북한산이 거기에 있다.1층과 2층에 각각 2개씩 있는 방에는 대형 창문 2∼3개가 기본이다.또 20여년간 화단에서 활동해 온 유씨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작은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침대와 작은 테이블,그리고 작은 소파가 전부지만 전통 수를 놓은 색동 슬리퍼와 이불,액자 등에서는 한국 살림집의 냄새가 물씬 난다.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집이라 외국 손님들이 오셨을 때 조금이라도 한국 살림집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유씨는 자신의 집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직접 관광과 체험프로그램을 짜준다.함께 남대문시장이나 이태원에 나가기도 하고,절이나 고궁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아침식사는 꼭 차려주고 사태찜,돼지찜같은 별식 준비도 빠트리지 않는다.북한산에서 직접 따온 솔잎으로 만든 다식은 인기 최고.
외국인과의 정을 돈독히 하기유씨가 마련한 행사는 수정과나 화전 다식등 전통 음식 함께
.유씨는 “수정과에 넣을 대추를 말거나 호두를 까는 것 같은 사소하지만 한국적인 냄새를 느낄만한 일을 외국인들이 참 좋아하더라”는 것이 유씨의 전언.
유씨는 선물인심도 넉넉하다.정성껏 마련한 색동 고무신과 청자 잔을 선사하는가하면 연말연시에는 직접 제작한 카드도 보낸다.외국인들이 보내온 답장만 1000여통에 육박하고 감사 선물로 받은 한복도 10여벌에 달한다.
유씨의 가족들도 민간 외교관으로 한몫 한다.전직 항공사 예절강사로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딸은 홈페이지를 맡아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고 영어로 정보를 소개한다.통역은 주로 유씨의 남편인 전춘두씨(68)의 몫.무역업을 오래 한 전씨의 일본어와 영어는 수준급.요즘은 중국어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나무집에 외국인들을 연결해 주는 민박알선업체 라보(LABO)지부장 김호숙씨(45·여)는 “78년부터 라보를 통해 외국인들을 유치한 은행나무집의 숙박 경력은 4반세기에 달한다”며 “특히 중류층 이상의 교양있는 가정에서 머물기를 원하는 외국인들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한번 왔던 사람은 우리집에 꼭 다시 온다”는 유씨는 “요즘 부쩍 늘어난 문의 메일을 받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며 활짝 웃었다
[2002.03.27 11:52] |
어언 8년전 기사,지금은 그림의 전력을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