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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은 불쾌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조나 레러|지호


다소 난해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저자가 읽어낸 것은 과학이다. 과학 가운데에서도 신경과학이다. 프루스트의 대표적 소설과 신경과학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저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 과자에 대한 묘사 부분에서 단서를 발견한다. 마들렌의 맛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프루스트는 미각·후각이 과거 기억과 맺는 관계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프루스트 소설에서 기억은 과거 한 장면을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변형된 모습으로 재현한다. 그 현상은 공교롭게도 최근의 뇌 연구로 증명된 결과와 일치한다. 프루스트는 인간 신경에 혜안이 있었던 셈이다.

책은 이처럼 문학, 음악 등 예술 영역에서 신경의 메커니즘에 탁월한 이해력을 소유했던 예술가 8명을 다룬다. 프루스트를 비롯해 화가 폴 세잔, 문학가 월트 휘트먼, 조지 엘리엇, 버지니아 울프, 전위 예술가 거트루드 스타인,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우리가 과학으로 뇌의 구조와 감각의 작동원리를 알기 훨씬 이전에 그것을 직감하고 몸으로, 펜으로 증명한 사람들이다.

‘요리의 황제’라 불리는 에스코피에는 각고의 노력 끝에 미지의 맛 영역을 찾아냈다. 20세기초 ‘혀는 매운맛, 짠맛, 신맛, 단맛 등 4개의 영역만 감지한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였다. 하지만 에스코피에는 송아지고기 육수를 이용, 그만의 독특한 요리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육수를 적용해 4가지 맛의 영역을 허물었다. 4가지 맛의 범위를 벗어난 다른 맛을 찾아낸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그만의 ‘감칠 맛’은 요리법의 혁신을 불러왔다. 수십년 후 그 맛은 화학조미료 일종인 MSG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혀와 뇌의 베일이 차츰 벗겨지면서 에스코피에가 찾아낸 ‘제5의 맛’의 존재는 증명됐다.

스트라빈스키의 역작 ‘봄의 제전’은 당대 사람의 감각에 익숙지 못한, 미지의 음악이었다. ‘봄의 제전’은 발표 당시 청중에게 불쾌감을 안기고 낯설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그 불협화음은 청중에게 익숙해지고 환영을 받게 됐다. 스트라빈스키는 소리에 대한 인간의 감각을 잘 이해하고 감동의 근원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는 설명하지 못했지만 최근의 신경과학은 그 원인을 알수있게 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