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결혼 선물 놋그릇 26
할아버지께서 우리 부모님 결혼 선물로 안성유기그릇 일체를 주문해주셨다. 그릇 밑바닥에는 영어로 "U"자를 새겨 넣어 주셨다. 동네잔치 때에도 동네사람 그릇과 섞이지 않도록 배려해 주신 것이었다.
우리 집에는 식솔이 원체 많아 할머니나 어멈님이 평소 놋그릇 관리 하시는데 무척 힘들어 하셨다.
어머니는 평소 놋그릇이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 쓰시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릇이 더러워지면 나는 수시로 놋그릇을 닦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려고했다.
그릇 닦는 시작을 하면 부전이나 섬봉이가 도왔다.
놋그릇은 묶은 기왓장을 쇠절구에 곱게 빻아 가루를 내어 짚수세미로 박박 닦아야 윤이 난다. 내손에는 검은 기왓장가루가 묻고 손톱에는 기왓장가루가 끼어 지저분했다
언제나 손이 지저분했다.
평소에는 식구들 수저나 밥그릇을 닦았다.
명절 때는 집안의 놋그릇을 모두 꺼내어 뒷마당의 멍석을 깔고 온식구가 함께 닦았다. 그때에는 나는 그릇을 꺼내오고 개수를 세는 일을 하면 됐다.
나는 놋그릇 중 놋대야를 좋아했다. 잘 닦아 놓으면 반짝이는 것이 금빛이 돌았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할 때 마다 놋대야에 얼굴을 비쳐보고 빙그레 웃어본다. 대야 속의 그녀도 따라 웃는다.26
추억의 편린 26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