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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어린 시절

추억의 편린 43 40세의 젊은 과부

43 40세의 젊은 과부

 194612

 엄동설한의 겨울

 어머니의 삼베로 만든 소복은 새하얗다 못해 파랗게 보였다. 머리를 풀고 수질(상복을 입을 때 짚에 삼 껍질을 감은 둥근테)를 머리에 얹은 상복차림의 어머니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오른손에는 그대로 기브스를 하시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픈 손으로 밤새워 아버지의 수의를 지어 입혀드리고 운구차에 아버지를 모시고 아기를 안고 오셨다.

 할아버지를 전날 밤에 신장에 있는 백부댁으로 가마에 태워 모셔갔다. 부모 앞에서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불효라 하는데 아버지는 돌아가시어 불효자였다.

 할머니는 아기 옆에서 연신 아이고, 아이고, ....”를 끊임없이 곡을 하셨다. 나중에는 눈물 마져 마르신 듯 눈물 없이 소리죽여 우시고 계셨다.

 나는 안방 문고리를 잡고 식구들의 행동과 문상 오시는 손님을 눈여겨봤다. 맏상주 오빠는 굴건제목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 울고 있었다. 손님을 맞을 때는 아이고. 아이고.”를 소리 내어 곡을 했다. 때때로 도로프를 먹고 있었다. 사람들이 철없는 맏 상주의 행동을 흘겨봤다.

 맏상주와 나란히 서있는 둘째 오빠는 평소 당당한 모습이었는데 이날만은 슬퍼보였다.

꽃상여가 나가고 요령소리에 맞쳐 인제가면 언제 오나!” “오호, 오호구슬픈 소리가 산곡마을에 울려 퍼졌다.

 어머니는 40세의 과부가 되어 10식구의 가장이 되셨다.

추억의 편린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