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새 (삼족오)
유필근님의 하늘새는 신화에 나오는 삼족오입니다. 모자이크 대신에 셀(cell)로
빼곡하게 화면 전체를 가렸습니다. 이렇게 공들여 친 커튼은 현재로 부터 과거에
이르기 까지 시간과 공간의 차이, 역사를 구현한 것입니다. silhouette으로 처
리한 하늘새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하자면 “관객 모두에게 행운이 있으시길”
하는 작가의 소망입니다. 벽사(辟邪])라기보다는 “기원”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
다. 이런 대담하고 자상한 구상을 하신 유필근님은 분명히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미인이실 겁니다.
삼족오(三足烏) 또는 세 발 까마귀는 하늘에 산다는 전설의 새입니다. 주로 해와
달의 둥근 원 안에 그려 넣습니다. 삼족오는 신석기 시대 중국의 양사오 유적, 한
국의 고구려 고분 벽화, 일본의 건국 신화 등 동아시아 고대 문물에서 자주 등장
합니다. 태양이 양(陽)이고, 3이 양수(陽數)이므로 자연스레 태양에 사는 까마
귀의 발도 3개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삼신일체사상은(三神一體思想), 천(天)·지
(地)·인(人)을 의미합니다. 세발이 천계의 사자(使者), 군주를 상징합니다. 경복
궁에 있는 커다란 무쇠 가마솥 삼족정(三足鼎)과도 일치합니다. 그래서 까마귀는
조류의 발톱이 아니라 낙타나 말의 발굽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삼족오는 씨름무덤(각저총), 쌍영총, 천왕지신총 등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 주로
등장합니다. 신라의 전설, 연오랑(燕烏郞)과 세오녀(細烏女)의 이름자에는 까마
귀 오(烏)자가 들어있습니다. 신라 소지왕이 정초 경주 남산의 천천정(天泉亭)에
제사 지내려고 행차하실 때 까마귀 한 마리가 홀연히 날아와 왕을 죽이려는 음
모가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왕은 역모를 꾀하려던 신하를 활로 쏘아
죽이고 위기를 모면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
하여, 까마귀를 위해 찰밥을 지어 제사 지냈다고 합니다. 약식은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행해지고 있는 전통장례인 천장(鳥葬)은, 부족이 죽으면
간단한 의식절차를 끝낸 후, 유가족은 모두 내려가고 원로들이 시신을 토막 낸
뒤에 독수리를 부릅니다. 그러나 맨 먼저 날아온 것은 까마귀라고 합니다. 펑키
그룹 ‘세발 까마귀’ 는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흥겹게 놉니다.
평론가 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