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대통령의 ‘문명화된 이혼’
아마 7일이었어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혼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놀랐죠. 대통령이 이혼하다니.
그런데 푸틴 부부의 이혼이 ‘문명화된 이혼’이라는 거예요.
고상하게 들리죠?
적어도 이혼중에서는 금메달감 이혼인가 보아요.
대체 그들의 이혼이 어땠길래...문명화된 이혼이라 하는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부인 류드밀라 여사가
6일(현지시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결혼관계를
청산한다고 밝혔다.
푸틴부부는 6일(현지시간) 저녁 크렘린궁 내 극장에서
발레 공연을 관람하였어요. 사진에서 보듯이 두사람은
정장으로 말쑥하게 차려 입었네요. 부인은 큼직한 보석
알목걸이와 귀걸이를 걸치고. 스카프로는 큰 리본을
만들어 멋을 첨가하였어요.
어느 발레단의 공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발레는 원래가 최고로 우아한 예술 아닙니까.
이혼 직전에 이렇게 우아한 예술 발레를 관람해야
문명화된 이혼인가요?
공연이 끝나고 이들 두 사람은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푸틴이
“헤어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구요.
그랬더니 옆에 서 있던 부인 류드밀라가
“이미 얼굴을 자주 못 보는 사이가 됐고,
이제 결혼생활을 끝내기로 했다“고 덧붙였어요.
이혼한다는 것이 아니라, 헤어진다고 하니까
기자가 좀더 따져 물었어요,
“이혼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인 류드밀라여사는
“‘문명화된 이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답했다는 거예요. 푸틴의 부인이 직접
‘문명화된 이혼’이라고 말한 거예요.
대체 '문명화된 이혼'이란 어떤 이혼일까요? 글쎄요...
이혼을 발표하는 저 사진을 보면
우리는 막연히 문명화된 이혼의 정수가 아닌가 싶어요.
일단 저 부부의 너무나 자연스런 모습에
이혼하는 사람들 같이 보이지 않군요.
30년 부부였다는데...이혼이라는 막중사가 아니라
무언가 소소한 잡사를 말하는 중인 것 같죠.
게다가 이혼하려는 남편을 바라보는 부인의 표정에는
여전히 신뢰와 애정이 묻어나는 30년 조강지처 아내의
후덕한 모습이구요.
‘이혼’이 아무런 고통이 아닌 듯한 태도이죠...
소위 저렇게 원망도 없고, 이혼 위자료 소동도 없고,
갈라서는 아픔도 없이, 오히려 담담한 일이라는 듯이...
30년 부부관계를 청산하는 것, 저것이 ‘문명화된 이혼’인가...
그런데 실은 저 ‘문명화된 이혼’이라는 표현의 이면에는
러시아 역사 권력자들의 처절한 이혼 잔혹사가 숨겨져 있어요.
16세기 러시아 황제 이반 4세의 경우가 그런데요.
그는 황후를 대여섯번 바꾸었어요.
황후 세명은 다 석연찮게 병사(病死)했어요. 이반4세 황제는
네 번째 결혼을 한 얼마 뒤에도 곧 마눌이 지겨워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황후를 수녀원으로 쫓아냈고 그녀는 거기서 '다리아 수녀'로 살며 목숨을
유지하다 죽었다고 해요. 그 유명한 18세기 표트르 대제도
첫 아내를 수녀로 만들고 새 장가를 들었는데...
그 시절 러시아는 이혼 제도 자체가 없었대요.
이렇게 러시아 황제들은 폭군이나 마찬가지로 새 여자를 얻으려고
전처를 죽이거나 수녀원으로 내쫓았어요.
좋아할 땐 언제고...
현대사의 스탈린의 악마같은 이야기는 많은데요, 여자문제도 그래요.
그의 첫째 아내 카차는 남편 친구가 집에 오면 탁자 밑으로 숨을 정도로
부끄럼을 많이 탔다고요. 그녀가 병사하고
스탈린의 둘째 아내 나자를 맞았는데 그이는 1932년 권총 자살을 했다고 하는데요.
정신분열이었다고 발표됐어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자살한 것이 아니라
스탈린 자신이 쏘아 죽였다고 하죠. 그리고는 장례시 슬퍼하는 표정을 짓고...
푸틴 부인의 ‘문명화된 이혼’이라는 말 뒤에는
이와 같은 과거 러시아의 처절한 이혼 역사를 의식했다고요.
그런데 푸틴 부부의 이혼 이면에는 잔혹사는 없고
단지 ‘의미없는’ 부부관계를 청산할까요?
역시 '잔혹사'가 있군요.
푸틴은 소련의 정보기관인 국가안보위원회(KGB) 요원 시절이던
1983년 항공사 승무원 출신의 여섯 살 아래인 류드밀라와 결혼했는데
두 사람은 곧바로 연년생 두 딸을 낳았고...
푸틴이 파견 근무 중인 동독에서 불륜을 저질렀고요
수년 전부터는 이들 부부의 별거설이 돌았고
최근 1년 동안 류드밀라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2008년에는 푸틴 대통령이 31세 연하의 집권 러시아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알리나 카바예바와 사귀고 있으며
곧 결혼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그녀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카바예바는
2007년 푸틴의 후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는데
이 신문은 보도 다음 날 폐간했다고요. 당시 발행인이 대통령궁의 압력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했어요. '푸틴의 맛'을 제대로 본거죠.
미국 뉴욕포스트는 2009년 카바예바가 그해 5월
푸틴의 아들을 출산했다고 보도했다고요.
푸틴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근육을 자랑하죠.
그래 그런지 작년 10월 여론조사에서 러시아 여성 다섯 중 하나가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한대요. 이제 이혼남이 된 싱글남 즉
돌싱 푸틴은 카바예바와 결혼하든가
러시아의 다른 금발과 재혼하면 되겠네요.
러시아 여자들이 (침을 흘리며) 기다리고 있다니...
과연 ‘문명화된 이혼’이란 푸틴 러시아 대통령부부처럼
전처를 죽이지 않고, 혹은 아내를 수녀원으로 강제하지 않고, 우아한 발레를
감상한 후 이혼을 선언하며 두 배우자는 울고불고짜고 삿대질하지 않으며
조용히 갈라서는 것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