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 점 (氷点)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에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차린 여인이 있었습니다.
여인은 비록 작은 구멍가게이지만 최선을 다해
물건의 구색을 갖추어놓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친절을 다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조금씩 물건을 들여놓던 가게는
트럭으로 물건을 들여놓아야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수입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생활여건도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남편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 가게가 이렇게 잘되는 것은 좋지만 주위 다른 가게들이 우리 때문에 안 되면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보면 엉뚱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사를 하는 이유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이고
보다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면
주변의 가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인은 남편의 말을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습게 여기면서 무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여인은 남편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인이 먼저 한 일은 물건의 구색을
갖추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손님이 찾는 물건이 없을 때가 많았고
그렇게 되면 여인은 손님을 다른 가게로 안내하였습니다.
손님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인은 손님이 줄고 수입이 적어지는 것을 보면서
속상해하지도 않았고 남편을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남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틈이 날 때 썼던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하였는데
그 책이 유명한 [빙점]입니다.
미우라 아야꼬라고 하는 일본 여류작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면 손님을 다른 가게에 양보한 것이
커다란 행운을 가져온 셈이라고 할 것입니다.
양보는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
자신이 한보 양보할 때 상대방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며 그때 피차 잘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 아니면 도 라신 식의 극단적인 자세로 대립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지 못하면
개인도 기업도, 사회도, 국가도 몰락할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는
1922년 훗가이도 아사히가와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사로 7년간 근무, 퇴직 후
폐결핵과 척추 카리에스에 걸려 13년 동안 병원에서 요양생활을 했다.
이 기간 동안에 기독교를 믿게 되어 세례를 받고
1955년 6월 기독교잡지 '무화과'를 통해
미우라 미쓰요씨와 알게 되어 1959년에 결혼했다.
1962년 여성잡지 '주부의 벗'이 모집하는 '사랑의 기폭'에 입선이 된 것을 계기로 소설을 쓰게 되었다.
잡화상을 경영하면서 쓴 소설
「빙점」이 1964년 아사히신문 천만엔 현상모집에
1등으로 당선됨으로써 작가생활로 들어갔다.
이후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작품을 써왔다.
1999년 10월 12일 오후에 다장기부전증으로 훗가이도 아사히가와 자택에서 향년 77세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