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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유정의 사랑의 고독

유정의 사랑의 고독

 

나는 오늘도 학교에 가지 않고 월이의 집 근처에서 그녀가 나오기를 지키고 있다.

이 골목은 월이가 다니는 골목 벌서 두어 시간 전부터 그의 집 대문을 응시하며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오늘밤은 먼 발치에서라도 보고 싶다. 그의 집으로 달려가 대문을 열고 떳떳하게 들어가내가 선생을 얼마나 그리워하는가를 쓴 이 연서를 직접 전해주고 싶다.

그러나 나는 대문 앞까지 갔다가 되 돌아 온다. 대문을 두드릴 용기가 없다. 우연히 지나가다 만난 것 같이 자연스럽게 대하고 싶다. 대문 틈새로 편지를 던져 버릴까도 생각했는데 그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만나서 직접 전해주고 싶다. 소중한 나의 마음을 던져버리는 것 같아 그렇게는 못하지 하며 다시 서성이며 그녀가 집에서 나오기를 좀더 기다리자 기다리자.

 

저 집에 있는 월이가 내 마음 속의 그리운 이다. 행인들이 띄엄띄엄 지나가며 나를 스쳐 간다. 나는 그의 집 맞은편 담 모퉁이에서 서성이면서 눈물을 흘리며 그녀가 집 밖으로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그녀가 저 대문 밖으로 나와야 만날터인데  오늘 따라 대문이 굳게 닫혀 열릴 줄 모른다. 그녀의 동생에게 편지를 전해주라고 했는데 전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밤이 깊어 지나는 행인마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한 발작 띄고 눈물을 흘리고 또 발을 뗄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그 집 앞 바로 지척에 있는데 "월이-"하고 부르면 들릴 수 있는 거리지만 나는 부르지 못하고 그리워 울고만 있다. 그리움이 눈물 되어 뺨을 적신다. 눈물로 그를 그린다. 밤은 고요히 인적을 끊고 흘러 가는데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  사랑은 애절한가 절망감에 젖어 이처럼 괴로워하는 것을 그가 알까.

 

밤이 깊도록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문이 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혹시라도 내가 한눈팔고 있을 때 그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월이을 만나지 못하고 삼촌댁으로 돌아왔다.

 

삼촌댁은 초저녁부터 대문의 빗장을 잠그고 잡인을 들이지 않는다. 내가 학교도 가지 않고 기생에게 홀렸다고 꾸중을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삼촌은 가족들에게 해떨어 지면 문을 잠그라고 명령을 했다. 내가 늦게 집에 오면 대문을  열어주지 말라고도 했다. 오늘도 대문은 굳게 잠겨있다. 대문을 두드려 자신이 왔음을 알릴까 하다가 멈춘다. 전일에 삼촌댁이 가만히 나와 문을 열어준 적이 있었다. 삼촌이 알고 삼촌의 발작이 일어 집안이 시끄럽운 적이 있었다. 삼촌은 집에 누가 찾아오면 의심을 하고 혹시나 삼촌댁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고함을 질러 불편하다. 삼촌의 의처증이 점점 심해가서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한 것이 좋아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오늘도 밤을 지샌다.

 

밤하늘의 별빛이 흐미하게 비춘다. 쌀쌀한 밤 공기의 한기가 몸속으로 스민다. 몸을 움추려 머리를 무릎에 묻어 온기를 찾아본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모습이 떠 오른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나오는 그녀는 젖은 머리를 감아 올린 모습이 청초해 보였다.  화장 끼 없는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스쳐갔다.

그녀가 극장에서 창을 할 때의 모습에서 우아한 아름다움이 아른거려 더더욱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미관에서 동료 기생들과 어울려 춤과 노래를 할 때는 남도 창을 제일 잘하고 동료 중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내 스스로 월이가 교양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나이 많은 기생에게 반하여 미쳤다고 하지만 기생이면 어떻고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나는 반문한다. 형이 돈을 주며 바람이라도 피고 오라고 하지만 그것은 내 사랑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생각 저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고 밥도 먹기 싫어 끼니를 거를 때가 점점 늘어간다.


간밤에 잣는지 자지 않았는지 몽롱한 상태에서 밤을 샌 것 같은데 벌써 새벽 동이 튼다 .정신을 차려 월이가 잘 다니는 목욕탕으로 가자. 요즈음은 거의 습관처럼 이 거리를

달려가서 혹시라도 그녀가 목욕을 하러 올까 길목에서 기다린다. 거기서 만나지 못하면

월이네 집 앞으로 달려가 그 골목에서 서성인다. 나는 다람쥐가 체바퀴 돌 듯 월이 따라 다닌다. 나는 월이를 온 몸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째 먹지 않고 갈아입지 않은 흰 두루마기는 후질근하여 남루하게 보이고 얼굴은 초체하여 몰골이 말이 아닌 것을 안다.

 

 나는 학교도 가지 않고 침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월이만 생각한다. 그에게 편지 쓰기와 그가 다니는 연회장, 우미관 남도창을 하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니며 만나서 내마음을 보여주고 싶다.

소문에 대학생이 기생을 사랑 한다는 소문이 서울에 퍼져 뒤에서 비웃는 것도 들어 알고 있다.

사랑의 빠졌을 때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상대의 결점을 인식 못하고 눈멀게 한다

이쯤되면 뇌에서 도파민이 마구 쏟아져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호르몬은 2년정도 높게 유지 한단다.

세로토닌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화학물질로 사람을 일시적 미치게 한다고


내 막내 외삼촌은 기생 박녹주를 짝사랑했다.
명창이 된 박녹주에게 어느 연회장에서 내 영감이 < 김유정이 처 외숙이요
>
했더니 <김유정이 그렇게 유명한 소설가가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해줄걸...>했다고

 

날마다 좋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