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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어린 시절

추억의편린 어머니의 숙제 14


어머니의 숙제 14

 

골무 만들기

겨울 방학 때 큰 언니가 서울에서 산골에 내려왔다.

어머니는 헌 자투리 헝겊을 내주시면서 골무를 만들어 보라하셨다.

큰언니 작은 언니 나, 그리고 부전이.

부전이는 할머님께서 내가 아기 때 업어주라고 친정에서 데리고 온 언니다.

우리 넷은 화로 옆에 둘러 앉았다.

부전이가 냄비에 밀가루를 개어 풀을 쑤었다.

풀이 빨리 쑤어지지 않는다고 나는 인두로 화로 안에 불을 헤치면서 후 후입김을 불어 넣었다. 풀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잿가루가 날리어 부전이 눈에 들어갔다고 부전이가 내게 눈을 흘기며 질금 댔다. 부전이는 내가 아기일 때 나를 업고 나가 동네 아이들이 잣치기를 한다거나 땅 뺏기 놀이를 하면 나를 맨땅에 내려놓고 남자애들과 함께 놀았었다고 한다. 나는 땅바닥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혼자 놀았다고 했다. 내가 울면 팔을 꼬집기도 하고 군밤도 주었다고했다. 어머니가 팔뚝에 멍든 것을 보시고 꼬집지 말라 하시니 그 다음에는 내 엉덩이를 솔나무잎을 모아 꼭꼭 찔러댔다 했다. 부전이가 내 머리를 때려도 꼬집어도 참아야 했다.

 

큰 언니와 작은 언니는 헝겊을 여러 장 풀칠을 하여 붙였다. 풀이 꾸덕꾸덕 마를 때쯤 골무 본을 맞대고 가위로 여러 장씩 오렸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큰언니는 수틀에 빨간 양단 쪼가리를 끼고 매화 무늬를 그리고 수를 놓기 시작 했다.

작은 언니는 어머님의 물감으로 사람 얼굴을 조그맣게 그렸다.

수를 놓던 큰 언니가 빈정댔다.

사람 얼굴을 바늘귀가 찌르면 아프지 않아

잘라놓은 속대를 겉감에 풀칠하여 붙이고 마르기 전에 두 짝을 마주하여 십자로 곱게 꿰매주어야 골무가 나온다. 언니들이 골무를 만드는 동안 나는 헝겊을 송당송당 오리어 방안만 어지럽히는 개구쟁이라 둘째 언니에게 여러 번 혼이 났다.

어머니는 가끔씩 골무 만들기 놀이를 시키셨다.

골무가 완성 되는 과정은 딸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풀이 덜 마른 골무를 손가락에 끼고 인두로 손가락 모양을 만들어 주어야 드디어 예쁜 골무 완성 된다.

형형색색의 골무를 만들어 열 개씩 꿰어 반다지 손잡이에 매달아 놓으면 보기에 좋았다.

어머니는 가끔씩 딸들이 만든 골무를 지인들에게 나누어주셨다.

큰 언니를 따라 우리 삼형제는 우애 있게 서로 어울리며 성장해 갔다.

추억의 편린 14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