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편린
유필근(兪弼根)
ㅇ내고향 동수맥
나는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상산곡리 100번지에서 1938년 6월 28일 부친 기계(杞溪) 유 (兪)씨 유세준 (兪世濬)과 모친 청풍(淸風) 김씨 김복달(金福達) 사이의 7남매 중 다섯째 딸로 태어났다.
위로 오라비가 둘 ,언니가 둘이 있고 남동생이 둘이 있다.
우리 동네 이름을 동리에서는 동수맥(東水脈)이라 부르지만 타지 사람들은 산골이라고 불렀다. 한자로는 산곡 (山谷)이라 쓰고 서울에서 60여리 떨어진 시골 마을이다.
우리 집 뒤로는 657m의 검단산(黔丹山)이 솟아 있고 이산은 신성한 산이란 뜻도 있다. 백제시대에 왕이 검단산 정상에 올라 하늘에 제를 지내던 터도 있다. 역사적으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위레성의 진산(鎭山)숭산(嵩山)이라 불렸다.
검단산 정상에서 보면 남한강 북한강의 합치는 두물머리가 보이고 산세가 특이 했다.
큰길 건너 앞산은 남한산(南漢山). 높이는 522m,
남한산성안에 중부면 면소재지가 있었다. 출생신고라든가 호적등본이 필요 하면 교통이 불편하여 걸어서 면소재지까지 가서 일을 봤다. 가끔 짐 추럭 마차가 다녔으나 민초가 얻어 타기는 어려웠다.
동수맥에서 남한산성 면소재지까지의 직선거리는 앞산 가줄산으로 걸어가면 10 여리. 자전거를 타고 큰길로 갈려면 광지원을 거쳐 20리를 가서 10여리를 더 올라가야 남한산성이 나왔다. 큰 길로 가면 30여리, 이곳 산골 사람들은 걸어서 숲을 헤치고 가줄을 거쳐 남한산성으로 가서 볼일을 본다.
앞산, 뒷산에는 동백꽃 진달래 칡꽃 찔레꽃, 그 밖에 이름 모를 꽃들이 봄에 피어 반기고. 고사리 취나물 같은 나물과 잔대 산 도라지도 있다. 여름에는 밤꽃이 향기를 뿜고 원추리 같은 들꽃도 피어 하늘거리며 주위가 매우 아름답다. 산딸기 멍석 딸기도 빨갛게 익어 숲에서 따 먹기도 한다. 가을에 밤. 호두 가래 보리수가 익어 풍요롭고 바닥에는 빨간 밤나무버섯 산호같이 생긴 싸리버섯 청버섯 파리버섯과 느타리버섯 송이버섯, 썩은 밤나무 가지에는 모기 버섯이 비 온 후에 주렁주렁 매달리고 .쇠똥버섯도 있다.
한편 산짐승인 호랑이와 늑대 멧돼지도 나오는 곳이라 항상 위험이 도사린 곳이다. 곡성댁 3살 먹은 손자가 산으로 걸어올라 갔는데 소식이 없어 온 동네 사람이 며칠 밤낮을 산으로 찾아 헤맸으나 끝내 소식이 감감, 큰짐승이 물어 갔다고 소문만 무성했다.
검단산과 남한산 사이로 큰길이 남북으로 나있는데 북은 서울로, 남쪽은 광주서 이천 용인 여주로 뚫려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