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문창호지로 만든 무용복
산골 간이 학교에는 남자일본선생님 한 분만 계셨다.
학교 옆 개울 건너 곡성댁 따님을 임시 무용선생님으로 모셔왔다. 일본에서 여학교를 다니다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귀국한 형편이라 했다. 얼굴색이 창백하고 볼이 발그레한 분이 예쁘셨다. 일학년 다섯 명이 무용부로 뽑혔는데 무용복을 문창호지를 파스텔색으로 물을 들여 만들어 주셨다.
이음새를 풀로 붙이고 솔기를 인두로 다리어 주름치마를 만들었다. 보기에 좋았다. 우리는 너무 좋아서 서로 입으려고 잡아 다니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남자애들도 한몫 거들었다. 학예회 발포도 하기 전에 무용복이 찢어졌다.
선생님이 찢어진 곳을 다시 풀로 수선하셔서 학예회 때 무용부가 입고 춤을 추었다.
추억의 편린 30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