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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풀 30여종 서식… 물고기도 몰려들어 수질개선 위해선 지금보다 크기 늘려야 경기 광주시 퇴촌면 오리, 팔당호 경안(慶安)천 수역 한 귀퉁이에 커다란 수초(水草)섬이 떠있다. 가로 42m, 세로 65m 크기의 이 섬은 스테인리스 틀에 갈대, 달뿌리풀, 애기부들 등 물에 사는 풀을 심고 스티로폼을 깔아 띄운 ‘인공 식물섬’이다. 국립환경과학원 한강물환경연구소가 2000년 5월 수질(水質)을 좋게 하고 생태계를 되살려보자는 뜻에서 1억9600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7년이 넘은 지금, 수초섬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고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떠 있다. 물을 깨끗하게 하려면 섬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7년 동안 한 뼘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팔당호 수면 면적이 120.6㎢인데 지금 있는 수초섬은 2560㎡, 5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생태계 복원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4종류만 있었던 물풀이 저절로 노랑꽃창포, 질경이택사, 여뀌 등 30여 종까지 늘었고, 플랑크톤이 가득하니 물고기(몰개, 가시납지리)와 양서파충류(참개구리, 두꺼비, 붉은귀거북)가 슬슬 몰려들었다. 뱀(유혈목이, 쇠살무사)과 새(흰빰검둥오리, 쇠물닭, 개개비)들까지 수초섬을 찾았다. 수초섬이 이른바 ‘바이오톱(biotope)’, 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장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수질 개선에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수생(水生) 식물들이 물 속 질소나 인을 빨아들여 부영양화(富營養化)를 막고, 풀에 붙은 세균이 유기물을 분해해 물을 맑게 하고 있었다. 수초섬 안과 밖을 비교했을 때 때에 따라 산성도와 용존산소농도(DO)는 밖,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5)은 안에서 높기도 했다.
문제는 물을 눈에 띄게 깨끗하게 하려면 수초섬 크기를 지금의 수십~수백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려면 관리·운영비도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불어난다. 적어도 질소·인을 흡수한 풀들은 다 큰 뒤 잘라내야 도로 질소·인을 물 속에 뱉어내지 않는다. 사람 키 높이로 자란 풀을 베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팔당호를 시작으로 파로호·소양호(강원), 대청호(충북), 주암호(전남), 임하호(경북) 등 전국 21곳에 수초섬이 생겼지만 1년 운영비는 평균 900만원에 불과하다. 송지호(강원) 등 2곳은 고작 300만원. 풀 베는 사람 구하기도 모자란 돈이다. 무조건 크게 만든다고 걱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수초섬은 인공이라 스티로폼, 그물, 콘크리트 등 다양한 건축재가 같이 붙어 있다. 홍수 등 외부 충격을 받아 수초섬이 무너지면 이 자재들은 고스란히 오염물질로 물 속에 잠긴다. 그래서인지 아직 수초섬은 수질 개선보다는 생태계 복원이나 볼거리용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