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편린
5.아버지의 처남 김유정
내 아버지와 막내 외삼촌 유정과는 결혼 전부터 친구가 되셨다. 우애가 돈독하셨던 유정은 누이를 보러 산골에 자주 왔다. 유정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섯째 누이를 의지하였는데 다섯째누이가 시골로 출가한 것이다.
다섯째누이는 평소 유정의 옷 수발을 도왔고 흥선 누이에게는 어머니의 모습이 느껴져 더욱 다정하게 지냈다. 어머니처럼 따르던 누이가 시골로 시집을 가서 유정은 틈만 나면 산골 누이 집을 찾았다. 유정이 서울로 돌아갈 때에는 울며 돌아갔다고 했다. 서울 아씨가 밭고랑의 일꾼들에게 줄 참을 이고 가시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 집에 돌아가 밭고랑에 참을 이고 갔다는 말을 전하고 온 집안이 울었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막내 외삼촌 유정이 산골에 오면 글을 쓰라고 뜰 건너에 별채를 지어 조용히 글을 쓰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글을 쓰면 내 아버님이 원고를 자전거를 타고 신장의 우체국까지 가셔서 서울에 있는 신문사로 부쳐주시곤 했다한다.
유정의 작품 중 십여 편은 이곳 산골 별채에서 쓰셨다고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유정의 글 중 시골에 대한 글은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본다. “산골 나그네”는 시골에서 고생하시는 누님인 내 어머니를 위하여 쓰신 거라며 이종 사촌 동생이 전해주었다.
상금을 받아서 내 부친께는 금시계 내 어머니 누님에게는 다홍 치마저고리 한 감, 조카인 내 오라비에게는 책가방, 내 언니에게는 검정 비로드 원피스를 선물하셨다고 전했다. 큰언니는 검은 비로드 원피스를 입고 외삼촌의 손을 잡고 소따배기 언덕을 산책 했던 기억을 떠 올리며 외삼촌을 그리워했다.
김유정 나의 막내 외삼촌이 1937년 3월 29일 산골에서 폐결핵과 치루로 사망했다.
추억의 편린 5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