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동치미 담그는 날
섬봉이가 동치미 무를 삼태기에 담아 지게로 나른다. 우리 집은 특히 동치미를 많이 담갔다. 열 접은 담가야 겨울을 난다고 한다.
커다란 나무통에 10cm 전후한 동치미 무를 넣고 물로 씻는다 .잎을 따낸 무를 나무통에 넣고 거물개 끝에 새끼줄을 칭칭 감아 무에서 흙을 털어 낸다. 장정 둘리 무를 씻는 광경이다. 몇 번을 설렁설렁 거물개가 왔다 갔다 하면 한 통 안의 무가 하얗게 흙이 씻겨나갔다. 그렇게 하고 깨끗한 물로 두 서너 번 씻어 발에 담아 물기를 뺀다. 어머니는 유모와 함께 동치미광에 가서 동치미를 담갔다.
어머니의 동치미 맛이 시원하고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겨울이면 서울에서 이모부까지 내려 오셨다.
이동치미는 겨울철 사랑방에서 가마니를 짜는 일군들의 간식거리도 되었다.36-1
좋은 날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