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부모님이 화롯가에 마주 앉아 돈을 세다
내가 여섯 살 어느 겨울 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화롯가에 마주 앉으셔서 돈을 세셨다.
“너무 큰 소리로 세면 도둑이 와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나무라셨다.
부모님이 결혼하신지 20여년이 지났다.
아버지는 돈을 잘 버셨다. 결혼하신 후 과수원도 잘되어 과일을 팔아 해마다 땅을 사시고 산도 사셨다. 동경주 샘재의 수리 시설이 잘 된 곳에 논도 사셨고 집도 사셨다. 가을이면 샘재에 가셔서 며칠 묵으시고 추수를 해서 팔아오셨다. 두 분이 화롯가에 앉아 돈을 세시는 것인데 어머니가 큰 소리로 돈을 세셨다고 나무라신 것이다.
아버지는 사업을 잘하셨다. 산판을 허가 내셔서 나무를 잘라서 장작으로 서울에 파시고 그 자리에 유실수를 심으셨다 .잣나무 호두나무 밤나무...
동네 사람들이 말했다.
“여길 봐도 너 네 땅. 걸어가도 너 네 땅.”
아버지는 점점 살림을 넓히셨다.
추억의 편린 계속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