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매채 18
여름방학 때 오빠들과 큰 언니가 서울에서 산골 집에 내려왔다.
어머니는 오빠들과 언니가 집에 오면 맛있는 것을 만들어 주시며 즐거워 하셨다.
큰 오빠는 얼굴색이 희고 눈도 크며 키도 헌출하게 커서 인상이 선하게 보였다. 마음씨도 착해서 동생들을 잘 데리고 놀았다.
작은 오빠는 큰 오빠보다 키가 더 크고 다부진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큰오빠가 산딸기 화채가 먹고 싶은데 산딸기를 따러가자 하면 나는 오빠를 졸졸 따라갔다. 큰 오빠와 나는 생각하는 것이 비슷했다.
큰 오빠가 서울에서 집에 오면 소설책만 읽었다. 세계문학전집도 사가지고 내려왔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았다.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고 소설책만 읽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큰오빠에게 매채를 가지고 오라고 시키셨다.
“밖에 가서 삼대 두 단을 가지고 오너라 !”고 말씀하셨다.
학생이 공부는 열심히 아니하고 소설책만 읽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셨던 것이다. 또 비싼 세계문학전집을 샀기 때문이었다. 오빠의 잘 못은 학교성적이 좋지 않은데 소설책만 읽느냐와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야단을 치셨다. 아버지 마음속에는 소설만 쓰던 막내 외삼촌을 닮아갈까 염려하신 것 일 것이다. 오빠가 겉껍질 벗긴 삼대 두 단을 들고 오자 아버지는 오빠를 목침 위에 올라서게 하고 삼대를 한 움큼 쥐시고 오빠의 종아리를 때리셨다. 삼대 두 단이 뚝뚝 다 부러지도록 오빠는 매를 맞았다. 섬봉이가 삼대는 힘이 없어서 아프지 않다고 했다. 우리들은 겁이 나서 숨어서 아버지와 오빠를 지켜봤다.
그날 저녁 큰 오빠가 없어져서 온 집안 식구들이 오빠를 찾아 헤맸다. 오빠는 과수원안에 있는 원두막에 가 숨었는데 우리가 원두막으로 오빠를 찾으러 가면 오빠가 원두막 지붕 꼭대기로 올라가서 못 보았다.
추억의 편린 18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