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다락방에서 세계명작을 읽다.
검은 다리 집은 전에 살던 동수맥 집 보다 좋았다.
안채에 안방과 안방에 딸린 넓은 다락방, 안방에 옆에 작은 방, 잘 길들여진 배나무 쪽 마루, 넓은 마루 위 대들보 근처에 덩그라니 올려 있는 병풍들과 난간이 딸린 건너 방.
나는 안방에 딸린 다락방을 좋아했다. 다락방에 올라가 혼자서 책 읽기를 잘 했다. 큰 오빠가 사다놓은 세계명작집을 국민학교 5학년 때 다 읽었다.
다락방 창문으로 건너편 개울과 개울로 다니는 사람들을 내다보곤 했다. 텃밭 주위로 대추나무를 여러 그루 심어서 우리 땅과 길을 구별하게 나무를 심었다. 대추나무가 개울과 뒤 텃밭의 경계가 되는 셈이었다. 대추나무 뒤로 개울로 연결되어 길이 나있는데 동네 여자들은 대개 빨래를 하러가고 남자들은 논밭으로 일하러 가기도 하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는 길목도 된다. 때로는 소도 쟁기를 메고 지나갈 때도 있었다.
텃밭이 넓어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배나무 몇 그루와 오이며 파 ...딸기등이 심겨졌다.
추억의 편린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