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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유명인

허난설헌 (許蘭雪軒 ; 1563~1589.3.9)

허난설헌 (許蘭雪軒 ; 1563~1589.3.9)
허난설헌 (許蘭雪軒 ; 1563~1589.3.9).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으로서 본관은 양천(陽川)이며 호는 난설헌이다. 그리고 별호는 경번(景樊)이며 본명은 초희(楚姬)이다. 강릉(江陵) 출생으로 엽(曄)의 딸이고, 봉( )의 여동생이며, 균(筠)의 누나이다. ...


夢遊廣桑山(몽유광상산)
    꿈속에 광상산에 노닐다.                        
碧海漫瑤海(벽해만요해)
                푸른바다가 요지에 잠겨들고
靑鸞倚彩鸞(청란의채란)
               파란 난새는 아롱진 난새에 어울렸어요.
芙蓉三九朶(부용삼구타)
               스물이라 일곱송이 부용꽃은
紅墮月霜寒(홍타월상한)
              붉은 빛 다 가신 채 서리찬 달 아래에


위의 시를  꿈속에서 자었다한다.

-을유년(1585년) 봄에 나는 상을 당해 외삼촌댁에 있었다. 하루는 꿈속에서 바다 가운데 있는 산에 올랐는데, 산이 온통 구슬과 옥으로 만들어졌다. 많은 봉우리들이 겹겹이 둘렀는데, 흰 구슬과 푸른 구슬이 반짝였다. 눈이 부셔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으며, 무지개 구름이 그 위에 서려 오색이 영롱했다. 구슬 같은 폭포 두어 줄기가 벼랑의 바윗돌 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서로 부딪치면서 옥을 굴리는 소리가 났다. 그때 두 여인이 나타났다. 나이는 스물쯤 되어 보이고, 얼굴도 뛰어났다. 한 사람은 붉은 노을 옷을 입었고, 한 사람은 푸른 무지개 옷을 입었다. 손에는 금빛 호로병을 차고 나막신을 신었다. 사뿐사뿐 걸어와서 나에게 읍하였다.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올라갔더니 기이한 풀과 이상한 꽃이 여기저기에 피어 있었다.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난새와 학과 공작과 물총새들이 좌우로 날면서 춤추었다. 온갖 향내가 나무 끝에서 풍겼다. 드디어 꼭대기에 올라가니, 동쪽과 남쪽은 큰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온통 파랬다. 그 위로 붉은 해가 솟아오르니, 해가 파도에 목욕하는 듯했다. 봉우리 위에는 큰 연못이 맑았고, 연꽃 빛도 파랬다. 그 잎사귀가 커다랬는데, 서리를 맞아 반쯤 시들어 있었다.
 여인이 말했다.

“여기는 광상산입니다. 신선 세계 십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요. 그대에게 신선의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이곳까지 온 거랍니다. 한번 시를 지어서 기록하지 않으시렵니까?”

나는 사양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절구 한수를 읊었다. 두 여인이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더니 “한자 한자 모두 신선의 글이다”고 했다. 그때 갑자기 하늘로부터 한 떨기 붉은 구름이 떨어져 봉우리에 걸렸다. 북을 둥둥 치는 소리에 그만 꿈에서 깨었다. 베개 밑에는 아직도 아지랑이 기운이 자욱했다.
 난설헌은 이시처럼 27세에 죽었다.

날마다 좋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