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노령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정은영 갤러리에서 한지의 수를 놓았다는 작가가 전시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나는 큰 맘 먹고 오늘 오후에 작품을 감상하러 갤러리에 들렸다.
작품은 간단했다. 장지에 도자기 호 한 개를 그리고 채색을 한 후 같은 색으로 수를 놓았다.
보기에 좋았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데 관장이 갤러리에 나와 나를 발견하고 반색을 했다.
“참! 우아하고 아름다우십니다”하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나도 작품 사진을 찍고 싶어도 예의상 안찍는다. 인터넷에 보내 온 작품으로 작가가 의미하는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갤러리 관장이 내 모습이 아름다운 작품 같다며 나를 모델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80이 되도록 나를 모델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사람은 없었다.
관장이 나를 작품 앞에 세워 놓고 모델처럼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다.“아름다우십니다.”
“나이 들어 늙었는데”
"아름다움 그 이상입니다. 연륜이 아름다움 그 이상으로 우아하며 멋지십니다.“
나는 미소 지으며 오늘 입고 있는 날개 달린 미색 원피스와 모자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도슨트 교육을 할 때 정박사가 “항상 최고의 옷차림과 자신감을 갖고 대중 앞에 서세요.”하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을 옷차림과 같은 겉 모습으로 평하면 안 된다고 평소 생각해왔다.
그러나 오늘처럼 겉모습으로 인격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옷 잘입은 거지는 동냥해도 밥을 잘 억어 먹는다는 말이 떠 올랐다.
늘그막에 옷차림을 깨끗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