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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전시/나만의 우표

공부로부터 도피 노동으로부터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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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거절하고 알바만..일본 젊은 층 하류지향

일본에서는 공부하려 하지 않는 아이들이나, 일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지식이나 기술을 익히는 기회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면서, 도리어 “나는 유능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은 ‘하류’ 계층으로 몰락해 간다. 정말로 이상한 신세대 집단이 출현하고 말았다. 이것이 ‘하류 지향’이라고 하는 책 제목이 상징하는 현실의 핵심이다. 저자인 우치다 타츠루(內田樹) 고베 여학원(女?院) 대학 교수는 “일본 고유의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그건 틀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류지향’이 보여주는 최근의 ‘공부 안 하는 아이들’은 자신만만하다. 이들은 “악착같이 공부해서 좋은 학교나 회사에 들어가도 장래 생활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끼고, 현재를 즐기는 쪽이 낫다며 공부를 포기하면서 “자신은 유능하다”고 여긴다. 공부하지 않으면 성적은 떨어진다. 수업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도 자신 만만하다니. 어떻게 된 노릇인가? 저자의 가설은 이렇다. 그들이 ‘소비주체’로서 자아를 확립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전의 아이들은 집안 일을 도와 칭찬 받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아를 확립했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은 그런 기회가 없고 돈을 쓰는 경험만이 풍부하다. 어릴 때부터 ‘고객은 왕’이라는 소비의 가치 기준을 몸에 지니게 된다. 그 결과, 교사의 가르침까지 상품처럼 생각하고, 재미있고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배우는 노력과 ‘등가 교환’을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공부하지 않는다). 지적 호기심을 타고난 아이들과 “좋은 학교에 진학하거나 높은 수입을 얻기 위해 공부한다”는 식으로 공부가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상품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와 같은 고자세로 배우는 권리를 포기해버린다.

우치다 교수는 ‘공부로부터의 도피’는 개개인이 파편화된 일본인의 병태(病態)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런 고독한 약자를 구하기 위해 예전의 혈연공동체나 지역공동체와 같은 상호부조, 상호지원 시스템을 재생시키자고 제언한다. 현대 일본인이 극도로 싫어하는 ‘서로 폐를 끼치는’ 인간관계야말로 효과적인 사회 안전망이라는 견해다. 그렇다면 일본보다 한국 사회에 구원이 있다고 하는 흥미진진한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