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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베르네르의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

베르네르의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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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phin Enjolras, La Let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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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rlas, Delphin The Letter


연인들의 눈물과 탄성이 담긴 연애편지를 처음 회화의 주제로 삼은 것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풍속화에서다. 엄격하고 권위적인 가톨릭 교회와 전제적인 군주 제도 아래서 고귀하고 웅장한 역사화와 종교화만을 최상으로 여겼던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네덜란드 화가들은 흔히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적인 풍경들을 그림에 담았다. 예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술집이나 유곽의 떠들썩한 분위기, 가장의 연회 장면, 여인숙과 군대 생활이 과감하게 그림의 소재로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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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 Lynch (1851-1912), The Letter


네덜란드에서 일상적인 풍속화가 크게 유행한 것은, 당시 부르주아 자본주의 최고의 중심지였던 암스테르담이 북유럽 최대의 국제항이자 금융의 중심지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철저한 상인 정신으로 부를 축적하게 되니 시민들은 창백하게 박제된 이상적인 역사화 대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물이 들어있는 그림을 선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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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lais, Trust Me


왕족이나 귀족만의 소유물이던 그림을 이제는 평범한 소시민과 농부들까지도 스스럼없이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고객들은 가구나 일용품을 사듯 그림을 구매했고 네덜란드 전역에 엄청난 미술품 열풍이 몰아치게 된다. 실제로 1641년 암스테르담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미술품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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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ghes, The Secret Letter


미술품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미술품을 거래하는 화상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경험상 잘 팔리는 그림을 화가에게 주문하였고, 이에 따라 전문 화가에 의한 장르화가 발달하게 된다. 장르화는 초상화, 풍경화, 풍속화, 정물화, 동물화로 각각 전문화 되었고, 풍속화를 즐겨 그리는 화가들 중 테르보르흐, 메추, 베르메르는 편지를 쓰는 여인들을 그림의 주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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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er,Love Letters
 

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의 거장 테르보르흐는 은밀한 실내에서 화장을 하거나 연서를 쓰거나 사랑의 대화에 심취한 여인들의 모습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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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lmouche, The Love Letter


그러나 사랑에 빠진 여인이 두근대는 가슴을 여미며 연애편지를 쓰고, 고대하던 답장을 받고,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치는 그 숨막히는 현장을 감상자의 눈앞에 절묘하게 재현한 화가는 고요와 정적의 화가 베르메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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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Vermeer, Lady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베르메르는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 <젊은 여인과 편지를 든 하녀>,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이라는 걸작에서 그가 평생토록 몰입했던 빛의 세계만큼이나 다채로운 여인의 심리 상태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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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meer, The Love Letter


연인의 편지를 가슴에 품은 이 시간이 영원히 정지하기를.
이런 간절한 바람은 삼백 년의 긴 세월에도 식지 않은 채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으로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가 시몬 보부아르가 연인 넬슨 앨그렌에게 보낸 편지에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

내사랑, 이번에는 편지가 있더군요.
저는 그것을 가지고 방 안으로 뛰어들어 갔어요.
당신이 손가락으로 만졌던 그 종이 조각을
제 손가락 사이에 느끼면서 저의 가슴은 강렬하게 뛰었어요.
편지 안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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