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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산곡초등학교 1945년1학년 동급생님

나는 동수맥이에서 살았던 필근입니다.

우리집 뒤에는 검단산이 있고 가까이에 무덤이 있었는데
봄이면 철죽이 붉게 피었지요
앞 개울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가을이면 목화단을 뽑아 무덤가에 말리곤 했던 기억이 남니다.

우리집은 배가수원을 해서 봄이면 배봉붙이기를 하느라고
분주했습니다
하루는 낮잠을 자다가 깼더니 우찬이 고모가
'필근아 빨리 학교가야지'
나는 깜작 놀라 책가방을 들고 마당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 때 봉지를 붙이던 동네사람들이 하하 하고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나는 놀립을 받은 것이 분하여 큰소리로 울어제켰습니다
그 때 호랑이 둘째오빠가 저를 꾸짖었습니다.
625때 전사하셔 지금 국립묘지에 잠드어계십니다.

간이 학교는 우리집에서 5리쯤 됩니다
나는 학교가기를 싫어했습니다.
노느냐고 숙제를 하지 아니했고
 아침이면 숙제도 하지않고 그림 숙제도 하지 않아
 울며 어머니 애을 태운 생각이 납니다

아랫댁 아주머니가 처녀때 저를 보시더니
학교가기 싫어 아침이면 울던 아기씨가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학교가다가 내가 울며 뒤돌아 보면
어머니가  뒤따라오시다가 치마자락에서 회초리를 가만이 꺼내시면
나는 앞으로 몇발자국 걸어가다 뒤돌아보곤 했답니다

이제 그때 부끄러웠던 일을 고백합니다.
1학년때 교실 뒤에 가지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봇본체 돌아 다녔습니다
어머니가 대신 그려주신 가지 그림이 내이름으로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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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건강히 다시 만납시다
유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