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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유필근의우표를 오브제로 하는 숭고한 생명사상(生命思想)의 시각화(視覺化)

유필근의

우표를 오브제로 하는 숭고한 생명사상(生命思想)의 시각화(視覺化)

; 박종철(미술평론,칼럼니스트)

유필근작 꼬마대감

동양의 고대 철학사상(哲學思想)인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슈바이처의 생명사상(生命思想)은 어쩌면, 초자연성과 인간, 동물, 그리고 식물의 대등한 생명 성의 대위법적인 정점에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음양오행의 근원은 샤머니즘과 연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오늘 날 눈부신 기계문명의 발달로 현대인들의 일상은 안락감에 취해 있으며 휴머니즘을 망각하고 있다. 그러한 휴머니즘의 쇠퇴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며, 자본주의의 극단과 함께 상호 불신과 불통을 가져올 수 있으며 온라인 시대의 발흥과 함께 인간경시의 사상이 만연하는 원인을 낳고 있다. 이러한 세태는 인간들의 생활과 교류에서 소위 손편지’ - 손으로 직접 쓰고 봉합하여 우표를 붙이는 편지 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구태여 covid-19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시대의 메커니즘으로 대면 교류는 차츰 잦아들고 있는 실정이다.

유필근작 빛의 가을

수필가 겸 작가인 유필근은 수 십년 전부터 우표를 수집해왔으며, 우연히 다량의 우표를 정리하다가... ‘작품에 응용하면 어떨까라는 데서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때로는 나만의 우표 작가 자신의 작품을 프린팅한 우표 를 제작 주문하여 작품에 응용하고 있다. 작가 유필근의 작품세계는 매우 광범위해서 한마디로 그 장르를 특정하기가 용이하지는 않다. 추상과 구상,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팝아트의 범위에 들기도 하지만, 사군자를 비롯하여 산수와 화조, 동물은 물론이고 문인화 인물 풍경 등의 광범위한 공간 사물들을 오브제로 설정할 뿐만 아니라 상징, 은유 등 문학적인 감성의 시그널도 보이며, 캔버스, 하드보드, 패널, 화선지 등 영역을 초월한 화재를 사용하며 미술사의 어느 항목과 지역, 장르에서 머무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편, 작가는 평등하고 아름다운 삶과 행복을 동반한 생명 사상을 지향함이 지구촌을 유토피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바람직한 생명 사상의 요소를 사유하고... 복합적인 이미지를 표출시켜간다. 이러한 테마는 결과적으로 유필근을 동, 서를 초월하는 월드와이드아티스트로 칭하는데 망설임이 없게 한다. 작품에 리얼리즘도 엿보이나, 묘사에만 치우치며 구성적인 구도가 없는 범속한 컴언플레이스리얼리즘(commonplace realism)과는 멀찍이 거리를 둔다. 아니, 거리가 생긴다. 그것은 비록, 사실적인 바탕의 형상일지라도 우표라는 오브제가 갖는 단순 기하형과 직, 곡선의 기하, 자유곡선적인 조형적 패턴으로 배치, 배열되며 비구상의 형상을 취하고, 이로 인한 시각적인 통일성과 조화감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는 동, 서의 지역과 이념을 초월하는 미학사상으로서 컴언플레이스리얼리즘과는 무관하며 이러한 화면상의 종합적인 형상성은 조형적인 앙상블을 이루는 데 근간과 초석이 되고있다.

유필근은 국수주의자는 아니지만, 애국심을 작품에 상징적으로 표상화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캔버스의 사각 모서리마다 태극기를 테마로 한 우표를 부착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것은 결코 작가가 추구하는 조형성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해주는 이념적 표현이다. 그러나 동일한 형상과 스케일의 우표가 시각적인 조화감에 방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 조그만 악센트는 조화의 한 요소로 자리하기 일쑤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등 역사적 위업을 남긴 인물들을 구상하는가 하면 어린 손자를 주제로 하여 휴머니즘을 표현하기도 한다. , 애국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되 반드시 우표를 매체로 하는 재구성을 함으로서 인물들만의 기록적인 묘사를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 동시대적인 미학의 스타일과 향취를 발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음양오행에 따른 방향에 입각하여 우표를 부착하고 동양사상을 은유함과 동시에 오일, 아크릴릭 등의 서구의 물질성을 가진 안료를 사용함으로서 동, 서의 융합, 나아가서 지구촌의 평화와 조화를 지향하는 공익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오리앤탈리즘에만 매이지도 않는다. 오직 삼라만상과 생명사상의 숭고함을 간직하며 시각화해갈 뿐이다. 그 생명 사상과 스토리텔링에 역사적 위인들과 인물, 화조, 산수 등의 오브제가 등장되고 있다. 간혹, 석채를 이용하여 마띠에르를 구사하기도 하지만, 100호 규격에 28백장의 우표가 소요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섬세함을 가진 작가는 지인들로부터 한, 두 장부터 수백 장에 이르는 우표를 기증받고 그 우표를 이용, 작업에 임하며 화면에 우표를 붙여 갈 때 에는 지인들의 희노애락 등, 삶의 모습이 떠오르고... 고마움과 감사하는 마음에 젖는다는 작가의 말에서 휴머니스트의 모습이 보인다. 밀가루, , 왁스 등을 이용해서 우표와 작품의 보존성을 높이는 것도 간과하지 않는 작가의 열정, 섬세함, 그리고 성실성에 눈길이 간다.

때로는 작품 윗부분에 원형의 구멍을 내어 관람객들이 두상을 넣어보고 퍼포먼스나 이벤트엑션을 행할 수 있게 함으로서 현대미술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 , 전 영역의 조형성에 우표를 오브제로 하는 작가의 작업 스타일이 독특하고, 고차원의 미학적인 형상성을 창조하는 까닭으로 구미를 비롯한 국내, 외에서 33여 회의 성공적인 전시회를 가진 수필가 겸, 작가 유필근의 작업방식이 한동안은 계속되어야 할 당위성을 생각해 보며... 문득, 십 수 년전, 인사동의 갤러리, 가에서 필자의 공개평론 시,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 감동을 받았던 일이 생생하게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