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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전시/2015년 전시

"하늘새" 허주의 평론

  하늘새 (삼족오)

 

 

 

유필근님의 하늘새는 신화에 나오는 삼족오입니다. 모자이크 대신에 셀(cell)

 

빼곡하게 화면 전체를 가렸습니다. 이렇게 공들여 친 커튼은 현재로 부터 과거에

 

이르기 까지 시간과 공간의 차이, 역사를 구현한 것입니다. silhouette으로 처

 

리한 하늘새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하자면 관객 모두에게 행운이 있으시길

 

 하는 작가의 소망입니다. 벽사(辟邪])라기보다는 기원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

 

. 이런 대담하고 자상한 구상을 하신 유필근님은 분명히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미인이실 겁니다.

 

삼족오(三足烏) 또는 세 발 까마귀는 하늘에 산다는 전설의 새입니다. 주로 해와

 

달의 둥근 원 안에 그려 넣습니다. 삼족오는 신석기 시대 중국의 양사오 유적,

 

국의 고구려 고분 벽화, 일본의 건국 신화 등 동아시아 고대 문물에서 자주 등장

 

 합니다. 태양이 양()이고, 3이 양수(陽數)이므로 자연스레 태양에 사는 까마

 

귀의 발도 3개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삼신일체사상은(三神一體思想), (

 

(()을 의미합니다. 세발이 천계의 사자(使者), 군주를 상징합니다. 경복

 

궁에 있는 커다란 무쇠 가마솥 삼족정(三足鼎)과도 일치합니다. 그래서 까마귀는

 

조류의 발톱이 아니라 낙타나 말의 발굽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삼족오는 씨름무덤(각저총), 쌍영총, 천왕지신총 등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 주로

 

등장합니다. 신라의 전설, 연오랑(燕烏郞)과 세오녀(細烏女)의 이름자에는 까마

 

귀 오()자가 들어있습니다. 신라 소지왕이 정초 경주 남산의 천천정(天泉亭)

 

 제사 지내려고 행차하실 때 까마귀 한 마리가 홀연히 날아와 왕을 죽이려는 음

 

모가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왕은 역모를 꾀하려던 신하를 활로 쏘아

 

죽이고 위기를 모면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

 

하여, 까마귀를 위해 찰밥을 지어 제사 지냈다고 합니다. 약식은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행해지고 있는 전통장례인 천장(鳥葬), 부족이 죽으면

 

간단한 의식절차를 끝낸 후, 유가족은 모두 내려가고 원로들이 시신을 토막 낸

 

뒤에 독수리를 부릅니다. 그러나 맨 먼저 날아온 것은 까마귀라고 합니다. 펑키

 

 그룹 세발 까마귀는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흥겹게 놉니다.

 

 

평론가 허주